다이소에 간 김에 에어컨 세정제도 한 개 샀다. 집에 있는 오래된 에어컨의 곰팡이 냄새를 제거하고 싶은 야심 찬 계획으로 말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사용법도 무척 간단했다.
집에 와서 설명서대로 미풍의 송풍상태에서 에어컨 필터를 향해 세정제를 분사했다. 남기면 쓸데도 없으니 골고루 구석구석 분사해 주었다. 처음엔 하얀 거품 상태였다가 점점 물이 되어 녹아내렸다.
송풍 상태로 두었다가 그냥 실온에서 말리려고 전원을 껐다. 물이 어느 정도 마른 것 같아서 전원을 켰더니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서비스센터에 전화해서 상태를 설명하고 서비스 기사를 기다렸다. 기다린 지 2시간쯤 지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원 버튼을 눌러보니 전원이 켜졌다. 이런 완전히 마르지 않아서 그랬나 보다 싶어 서비스를 취소했다. 그러고 나서 전원을 끄려고 하니 꺼지지 않았다. 아무 동작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절망감이라니....
결국 기사 아저씨가 오셨고 여러 번의 분해와 조립 후에 에어컨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의 벽걸이 에어컨은 굉장히 복잡하게 되어 있어 업체를 불러 청소할 경우 비용이 많이 나온다고 하셨다. 셀프 청소도 어려운 편이고.... 결국 난 새 에어컨을 사지 않는 이상 곰팡이 냄새 맡으며 에어컨 바람을 쐬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기사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웬만해선 집에서 에어컨 세정제로 청소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이다.
잘해보려다 큰코다친 격이라 의기소침해져서 하루가 너무 피곤했다. 그러나 완전히 고장 나지 않고 고쳐져서 정말 다행이다. 고치지 못했다면 엄청난 비용이 나갈뻔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