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길은 해마다 가을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가을을 만끽하려는 사람들과 노란 은행잎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은행나무길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파란 가을 하늘과 노란 은행잎 그리고 바닥에 쌓인 노란 길은 그야말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말 한 번쯤 걷고 싶은 길이 된다.
그런데 이런 은행나무가 악취를 풍기는 경우가 있다. 암수가 구분된 은행나무는 암나무에서 만들어진 열매로 인해 지독한 악취를 만들어낸다. 벌레든 사람이든 좋은 냄새와 나쁜 냄새는 본능적으로 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이 지독한 냄새는 벌레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은행나무를 보호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조물주의 센스는 알아줘야 한다. 하지만 인간이 이 냄새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시에서는 되도록 암컷 은행나무는 심지 않고 은행 열매도 한 번에 수거해서 거리를 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을마다 은행열매라는 지뢰를 밟지 않기 위해 총총거려야 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실수로 은행을 밟았을 경우 집 앞 현관까지 악취를 그대로 몰고 들어오니 이렇게 난감할 수가 없다.
이렇게 악취를 풍기는 은행열매도 영양이 풍부하고 귀한 음식이라는 사실!!
우리나라의 고급 음식의 고명으로 사용되고 술안주로도 인기다. 기관지에 좋다고 알려진 건 다 아는 사실이다. 많이 먹으면 독성 때문에 좋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 다섯 알을 넘지 않는 게 좋다.
이런 악취에도 불구하고 은행 열매를 얻기 위해 자루에 담아 가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중금속 오염이 걱정돼서 먹지 말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얼마 전 중금속 테스트를 통과해서 먹어도 된다는 뉴스가 있었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어 보인다. 지역마다 다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시장에서 사려면 비싼 은행이라 솔깃하긴 하지만 줍는 수고로움과 악취를 견뎌낼 자신은 없다.
은행나무길이 예뻐서 항상 가을이면 걷고 싶었는데 멀리 갈 수 없으니 가까운 동네 공원에서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