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신인 작가 장류진의 신작이 나왔길래 망설임 없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고 나서 장류진의 팬이 되었고 그녀의 작품이 뭐 더 없나 계속 찾아보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일의 기쁨과 슬픔이 첫 작품이었고 신작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단편들로 이루어진 소설집이었는데 이번에 나온 신작은 첫 장편소설입니다. 아주 재밌고 유려하게 글을 잘 쓰는 작가입니다.
장류진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책 표지도 제목까지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읽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류진의 작품이 아니었어도 선택할 생각이었습니다.
달까지 가자라는 제목이 순수한 생각으로 마음에 들었었는데 이 말은 요즘 코인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은어로 사용되는 말이었습니다. 소설의 내용도 암호화폐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소재였습니다.
요즘 뉴스기사로 많이 접하게 되는 내용들 가상의 암호화폐로 몇십억을 벌어 당당히 퇴사를 하고 원하던 파이어족이 되었다는 보고도 믿기지 않는 기사들을 보면서 허망함을 느꼈었는데 이 책이 바로 이런 내용을 소재로 쓰였습니다.
20대 비공채 출신 다해, 은상, 지송은 서로가 우리 같은 애들이라고 하는 큰 공감대를 가지고 친하게 지내게 됩니다. 그저 그런 날들을 지내던 때에 은상의 미묘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고 다들 궁금해합니다. 무엇이 은상을 미소 짓게 하고 비싼 조각 케이크를 쏘게 하는지를 말이죠. 은상은 이더리움이라는 암호화폐에 투자해 수익을 보고 있었고 다해와 지송이도 함께 투자해서 돈을 벌어 보자고 제안합니다. 다들 힘든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힘들어하고 있던 때라 갑자기 열린 기회의 블랙홀에 함께 빠져보기로 합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내내 내가 이더리움에 투자한 듯이 초조하고 불안했습니다. 그들이 전재산을 투자했는데 망하면 안 되는데 떡상할 때 빨리 현금화하지 저렇게 기다리다 다 잃으면 어쩌지 하면서 응원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결국 현금화해서 은상은 퇴사를 하고 지송은 사업계획을 세우고 다해는 원하던 전셋집을 마련하고 직장은 계속 다녀보기로 했을 때 이제 되었다는 안도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현재 2030 직장인들이 꼭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불안하고 불편한 현실이지만 우연히 열린 기회의 블랙홀인 건 맞는 거 같습니다. 다행히도 소설 속 그녀들은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났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류진 작가는 처음부터 엔딩을 성공하는 걸로 잡아놓고 글을 썼다고 합니다. 사실 결말에 이르러서는 조금 싱겁게 끝이 나서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마음 아픈 나쁜 결과보다는 행복한 기운이 넘치는 건 사실이라 마음이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