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작가의 신작을 기다렸습니다. 출간되자마자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다 보면 세간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고유정 사건을 떠올리게 됩니다. 전남편을 죽이고 재혼한 남편의 아들이 의심스럽게 사망한다는 점이 완전히 일치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내용들은 전적으로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계속해서 뉴스에 나온 고유정의 얼굴이 주인공 신유나와 겹치면서 독서를 방해했습니다. 차라리 완전히 몰랐던 사건이었으면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유정 작가의 전작들은 읽으면서도 어떤 사건들이 모티브가 됐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고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신작 완전한 행복은 몰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야기인지 사건인지가 구분이 안되어 고유정 사건을 다시 자세히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언뜻 들으면 이 말이 맞는 것도 같습니다. 내가 행복해지려고 하는데 주변의 방해 요소들로 인해 행복해질 수 없다면 그렇다면 이런 방해 요소들을 차단하거나 없애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살인이라면 말이 달라집니다.
주인공 신유나는 헤어지자 말하는 애인을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을 자신을 해고한 아버지를 딸을 괴롭힌 남편의 아들을 살해합니다. 그리고도 지치지 않고 평생 미워했던 언니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이혼을 요구한 재혼한 남편도 살해하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비위를 건드리면 가차 없이 제거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결국엔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지고 말지만 진정한 악인이었다면 끝까지 살아남아 악의 끝을 보여 주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질러 놓은 일이 이렇게 많은데 자살로 끝내버린다는 것은 너무 허망한 결론입니다.
자기애의 늪에 빠진 나르시시스트 악인
7년의 밤과 종의 기원에 이어 완전한 행복에 등장하는 악인의 존재는 조금씩 차이가 있고 좀 더 진화했다고 보입니다.
7년의 밤은 댐이라는 특이한 장소와 음침한 분위기가 몹시 기분이 나빴고 종의 기원은 최상위 포식자로 인해 두려움에 벌벌 떨며 책을 읽었습니다. 이에 비해 완전한 행복은 과하다 싶게 엽기적이고 기대감이 없었습니다.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묘사는 작가 정유정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철저히 준비했는지를 알게 하는 대목입니다. 완전한 행복은 무척 긴 장편이지만 술술 잘 읽힙니다. 개인적으로는 종의 기원이 가장 재밌었고 서스펜스 스릴러의 완성도가 높다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