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냐고 묻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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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첫사랑의 기억,

생의 절정마저 묻어버린 그 기억의 마지막 퍼즐...

40년 만에 해후하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

공지영 지음

해냄출판사




공지영의 장편소설 신작 "먼 바다"를 읽었다.

언제나 늘 그렇듯이 술술 잘 읽혀진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 독문학을 가르치는 대학 선생 미호(이혼함)는 영문과 선생들이 기획한 헤밍웨이 심포지엄 문학 기행에 우연히 합류하게 되어 미국 마이애미로 떠난다.


마침 미국에 여동생과 어머니가 살고 있어 간김에 어머니도 만난다.손주를 본 할머니임에도 외모에 신경을 쓰고 자신감이 넘치는 어머니와의 만남은 피하고 싶은 부분이었다.


하지만 결국 자신도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는다.

또 한사람, 최근에 연락이 닿은 첫 사랑 요셉(별거중)도 만난다.

40년 전 첫사랑으로 두사람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나이다.

그당시를 추억하며 서로의 기억을 맞춰가본다.

무엇이 진실이었으며 무엇이 오해였는지..

.

40년동안 궁금했고 섭섭했던 부분들을 대화를 통해 혹은 요셉 여동생을 통해 알게 되고 둘은 마지막에 서로를 바라보며 마주 서있게 된다.







군부독재 시절 대학교수였던 아버지가 반정부인사로 낙인 찍혀 고통속에 돌아가시고 


미호 자신도 그런 아버지를 도와드리지 못하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후회와 죄책감.


아픈 아버지와 어린 동생과 미호를 남겨두고 늘 외출했던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껄끄러움.


첫사랑 요셉과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과 과거에 알지못해서 오해했던 기억들.


이런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며 용기있게 먼 바다를 향해 점점 더 나아간다.


60이 다된 여자가 40년전 첫사랑을 만난다니....

보통 용기가 필요한게 아닌데 말이다.

나라면 도저히 못할 거 같다.

여자라면 어느 누구도 자신의 늙은 모습을 보여 주기 싫어할 거다.

소설이라서 가능한걸까.

아직은 쓸만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다독이는 것이...


"샤워기를 틀어놓고 그녀는 자신의 몸을 평소보다 오래 바라보았다. 젊은 날의 몸을 본 일이 없어서 자신의 몸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다시 바라보니 자신의 알몸이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그런 생각을 해보기는 처음이었다."(p43)







첫사랑은 이루어질수 없기에 첫사랑이라고 했다.

가슴 한편 아려오는 기억을 굳이 만남을 통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까.

궁금하긴 하겠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묻어두는게 낫지 않을까.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p270~p273)

추신:이런 말을 해야 하는 처지가 슬프지만 이 소설은 당연히 허구이다.


"누군가 글 쓰는 데 필요한 조건을 묻길래 내가 대답했었다.

고통과 고독과 독서, 이 세 가지입니다.


이 겨울 내내 고독 속에서 나는 천천히 썼다.....

......이제는 정신보다 먼저 급격하게 노쇠해 가는 육체가 

나를 방해하기에......그러나 죽는 날까지 하늘이 허락하는 날까지 

나는 쓸 것 같다......


같은 시대를 살았고 같은 경험을 한 사람으로써 글로써 표현해 낸 이 부분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하다.


잠시 인용해 보겠다


가난해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불편했다. 선택이던 것이 필수로 변하는 일이 많았다. 품질이 많이 좋고 가격이 약간 비싼 것보다 품질이 많이 떨어져도 값이 약간 싼 물건들을 고르는 것, 돈이 생기는 일이면 그게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것, 친구가 식당에 가자고 하면 배가 고프지 않다고 말해야 하는것, 미용실에 갈 돈을 아끼기 위해 마치 그것이 자신의 취향인 양 생머리를 하염없이 길러 내리는 것 같은 게 그랬다.



한계에 부딫혀 사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당시에도 견뎌내기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고나서도 가슴이 먹먹하게 통증이 되어 기억된다.


막힘없이 술술 읽게되고 가슴에 아련한 추억도 돋게하고 그 시대를 다시한번 기억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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