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냐고 묻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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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김영하의 본격 여행 산문

소설가 김영하가 10년 전 시칠리아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을 2020년 문장과 내용을 가다듬고 사진들도 풍성하게 수록하여 새로운 장정과 제목으로 복복 서가에서 다시 선보인 책이 "오래 준비해온 대답"이다.

아마도 2019년에 나온 "여행의 이유" <문학동네>가 베스트셀러가 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오래 준비해온 대답은 여행의 이유에 비해 인문학적 내용이 훨씬 더 많다. 여행의 이유는 쉽게 읽히는데 비해 오래 준비해온 대답은 신화와 역사의 땅 지중해를 느리게 걷고 자세히 알며 깊이 사유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빨리 읽어버릴 수가 없다. 작가의 리듬대로 천천히 읽고 사유하고 상상하게 만든다.

 

오래 준비해온 대답/저자 김영하/정가 16,500원

 

진정한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

요즘 내가 가장 되고 싶고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이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작가는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디지털 노마드가 아닐까 싶다. 멀고 낯선 곳으로 오랜 기간 여행을 가고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 쓰고 글을 출판해 생활할 수 있는 돈을 벌고. 시간과 장소를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얽매이거나 지시받지 않고 베스트셀러가 되면 돈과 명예도 따라오는 정말 멋진 직업 아닌가.

 

나이 마흔에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국립 예술대학의 교수였고 네 권의 장편소설과 세 권의 단편소설집을 낸 소설가였고 라디오 문화프로그램의 진행자였고 한 여자의 남편이었다. 서울에 내 이름으로 등기된 아파트가 있었고 권위 있는 문학상들을 받았고 서점의 좋은 자리엔 내 책들이 어깨들 맞댄 채 사이좋게 놓여 있었다. 소설들은 베스트셀러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팔려나가는 편이었고 개중에 어떤 것은 영화나 연극으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또 몇 권의 소설은 해외에서도 출판되었다. 그리고 그 무렵, 한 일간신문으로부터 연재소설 제의도 받았다.......... 한마디로 부족한 게 없던 시절이었다.(P21)

 

이대목을 읽고 정말 완벽하구나. 진정으로 부럽다. 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시절이 실로 숨 막히고 힘들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완벽한 삶에서 하나씩 둘씩 내려놓으면서 여유로움과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게 진즉에 삶을 좀 단순하게 하고 살지 뭔 욕심이 저렇게 많아서 저 많은 역할과 일들을 하며 살았던 것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보이는 건 정말 부족한 거 하나 없이 완벽하지 않은가!

 

과거의 내가 보내온 편지같은 책.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약속 같은 책.

자연에 대해 품어야 할 마땅한 경외

어떤 풍경은 그대로 한 인간의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가볍게 전해줄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린다. 그런 풍경을 다시 보게 될 때 우리 몸의 일부가 갑자기 격렬히 반응한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풍경의 장엄함도 우리 몸 어딘가에 그 자체의 생명을 가진 채 깃든다고 믿는다.(P124)

 

바로 이런 자연의 경외로움 때문에 우리들은 여행을 떠난다.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흉내 낼 수도 없는 숨 막히는 장엄함과 신비로움을 느끼려고 말이다. 

김영하가 가고 싶었던 곳으로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시칠리아를 말한 것은 그가 어릴 때부터 상상해 오던 이탈리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칠리아에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상상해오던 이탈리아가 있었다. 따사로운 햇볕과 사이프러스 그리고 유쾌하고 친절한 사내들, 거대한 유적들과 그 사이를 돌아다니는 주인 없는 개들, 파랗고 잔잔한 지중해와 그것을 굽어 보는 언덕 위의 올리브나무, 싸고 신선한 와인과 맛있는 파스타, 검은 머리의 여성들과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 이 모두가 시칠리아에 있었다.(P50)

정말 나도 시칠리아에 가고 싶게 만드는 표현이다. 내가 지중해에서 와인과 파스타를 먹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작가의 힘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그걸 글로 표현해 다른 사람에게 까지 영감을 줄 수 있는 작가의 능력. 정말 부럽고 배우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는 언젠가 시칠리아로 떠나게 될 것이고 장담하건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P11)

내가 시칠리아로 떠나는 그 누군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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