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냐고 묻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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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와 남겨진 자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

누군가가 자살을 하면 남겨진 자가 뒤처리를 하기 위해 특수 청소업체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면 김 완의 일이 시작된다. 특별한 서비스다.

 

김 완 작가는 조금은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다.

시를 전공했고 출판과 트렌드 산업 분야에서 일했었다. 일본에서 죽은 이의 자리를 수습하는 일에 관심을 두다가 귀국하여 특수 청소업체 하드 웍스를 설립하여 일하고 있다. 

 

어지간한 멘탈로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 수 있다. 

제목을 통해 어느 정도 내용을 예상했지만 프롤로그를 읽어보고는 충격을 받았다.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었다. 뉴스로 접하는 자살 소식을 보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혹은 '참 안됐구나...' 하는 감정적 동요가 일지만 그때뿐이다. 그 뒤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이렇게 있는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죽은 사람이 오래 방치된 바닥은 으레 기름 막으로 덮여 있어서.... 당신은 없지만 육체가 남긴 조각들이 천연덕스레 기다립니다. 침대 위엔 몸의 크기를 과장해서 알려주는 검붉은 얼룩이 말라붙어 있습니다..... 천장과 벽엔 비대해진 파리들이 달라붙은 채..... 이불을 들추면 마침내 젖과 꿀이 흐르는 따뜻한 안식처를 찾아낸 구더기 떼가 뒤엉켜 서로 몸을 들비빕니다.(p7 프롤로그 중에서)

 

홈 스위트 홈~~ 그런데 집이라고 다 제대로 된 사람 사는 집이 아닌 모양이다.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거나 똥과 오줌 등 오물을 쌓아놓거나 고양이 사체들을 쌓아 놓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이럴 때 특수 청소업체 김 완이 그 악취와 역겨움과 고됨을 참아가며 차근차근 청소해 준다고 한다.

 

홀로 떠난 자들의 공통점은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가난함이다.

작가도 말했듯이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때때로 부유한 자가 혼자 살다가 자살하는 일도 있지만.... 고급 빌라나 호화 주택에 고가의 세간을 남긴 채 이른바 금은보화에 둘러싸인 채 뒤늦게 발견된 고독사는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다양한 죽음을 보고 정리를 하면서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 김 완 작가는 힘들지만 나름 즐거움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엉망이었던 장소를 말끔하게 만들어 놓으면 나름 보람도 있고 즐거움도 있겠지만 그전에 충격이 더 크지 않을까. 작가를 꿈꿨던 사람이라면 감성이 더 예민하지 않을까. 그게 오히려 더 도움이 된 걸까. 뒤처리 비용이 얼마인지 전화로 문의했던 사람이 며칠 후 자살을 한 경우도 있었다. 서글픈 생각이 든다. 내 죽음에 대한 비용도 내가 다 부담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을까.

 

이 책을 통해 죽은 자의 집을 전문적으로 청소해 주는 업체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집에서는 자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런 직업이 수요가 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늘 신문에도 일본의 특수 청소업체 직원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이 분은 고독사하는 사람들의 집을 그대로 구현해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주인을 잃고 시간이 멈춰버린 방을 쓸고 닦는 일, 당연히 트라우마도 생기지만 유족과 고인에게 실례가 되지 않도록 사명감과 정의감을 가지고 일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 관한 글을 읽고 나니 이런 직업이 정말 존재하는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충격도 받았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초연함도 생겼다. 그저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만이 소중한 현재임을 체감한다. 

 

혼자 살기 힘든 것도 인생, 혼자 죽기 힘든 것 또한 우리 인생이다.(p23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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