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냐고 묻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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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불도 다시 보자. 항상 의심하자.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의 영화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사전 지식 없이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친구의 호의가 가져온 이 엄청난 불행을 보라. 가장 친한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했을 때 그 상실감과 무기력함 말로 다 표현이 안될 것이다. 상대방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모든 것에 대해 의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철저히 나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상대를 못 믿거나 의심스러워서가 아니다. 오롯이 나의 안전을 위해서 전적으로 믿지 않고 약간의 의구심을 남겨 놓는 것이 필요하다. 

 

 

 

영화를 보는 초반부에는 너무나도 의심스러웠고 중반부부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이렇게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 날 수가 없었다. 외롭지만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지냈던 주인공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짓밟아버렸다. 손하나 쓸 수 없게 망쳐놓은 상태에서 희롱까지 당하는 모습은 정말 참을 수 없었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약간의 희망을 갖게 하다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뜨리더니 엄청난 반전에 반전을 만들며 영화가 끝났다. 

 

 

인간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외로움인 것 같다. 오죽하면 노인들 상대로 약을 파는 다단계 사기를 노인들이 알고도 당해준다는 말이 있을까. 외롭고 친구 없고 말 걸어 주는 사람 없는 노인들에게 접근해서 손도 잡아주고 재롱도 부려주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주니까 노인들이 효과가 있건 없건 사기꾼들이 권하는 약을 비싼 돈 주고 구입해오지 않는가. 인간의 외로움을 공략하는 건 거의 치명적이다.

 

 

영화 속 주인공 그레이스도 전형적으로 포식자들이 노릴 먹잇감의 조건을 다 갖추었다. 나이는 들고 이혼하고 엄청 위축되어 있고 혼자 살고 애인도 없고 다만 멀쩡한 직장에 다니면서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는 외로운 양이었으니 주변에 사기꾼들이 얼마나 많이 도사리고 있었겠는가. 새롭게 등장한 감정에 속수무책으로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렸다. 조금만 이성이 있었어도 저렇게 완벽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사랑에 눈먼다는 말은 차라리 진리에 가깝다.

 

 

아무리 외로워도 정신은 바짝 차리고 있어야 당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다. 모든 것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아야 한다. 정말로 한치의 의심도 없다 싶을 때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렇다고 온전히 자신을 다 내보이면 안 된다. 바로 잡아먹힌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외롭고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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